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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혐오] ②내가 겪은 차별
생김새 비슷해도 말과 문화 다르다고 편견에 차별
2021. 05. 19 by 양태삼

[아시안 혐오] ②내가 겪은 차별

생김새 비슷해도 말과 문화 다르다고 편견에 차별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이상서 오수진 기자 = 한국에 사는 외국인 가운데 '영어 쓰는 백인 20대 여성'이 가장 우대받는다고 한다면 대우는커녕 '빛도 없이 이름 없이' 투명인간 취급을 받거나 천대, 심지어 멸시받는 이들도 있다. 조선족이다.

이들은 중국에서 오히려 우대받았다고 느낄 정도로 한국에서 닥치는 편견과 처우에 당혹스러워한다. 비단 중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과 생김새가 비슷한 베트남인도 다른 말을 쓴다는 이유로 곤혹스러운 주목을 받곤 한다.

 

"인종차별 악취 없애자"…경찰총에 숨진 흑인청년 장례식 (CG)
[연합뉴스TV 제공]

 

중국 옌볜(延邊) 출신의 중국동포사회연구소 김정룡 소장은 "조선족 동포가 중국을 편들거나 중국인이라는 생각이 굳어져 있고, 그런 선입견으로 우리를 대한다"편이라는 편견이 굳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언론의 시각이 그렇다고 지적하며 "일부 장면을 편집한 듯 마스크를 쓰지 않은 대림동 조선족 행인의 장면을 내보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지난해 겪은 가장 큰 차별로 주민등록 번호 끝자리에 따라 구매 날짜를 정한 공적 마스크 배분 과정을 꼽았다. 주민등록증이 없는 외국인과 조선족 등은 구청이나 관할 관청에 항의해도 한 달여 동안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

김 소장은 "어느 사회든 그렇겠지만 극한 상황에서는 타자를 배척한다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선족 동포가 중국에서 왔다고 무조건 중국 편을 들 것이란 잘못된 선입견을 한국인들이 갖고 있다"면서 "사실 재한조선족 다수가 한국에서 장기체류하려는 움직임이 강한 것은 한국이 좋아서 그렇다고 보는 게 올바른 시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으로 귀화 절차를 알아보다가 중국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한자로 이름을 병기할 수 없고, '선산 김씨'인 내 본관도 쓸 수 없어 '구로 김씨' 또는 '대림 김씨'처럼 내가 정해야 한다는 얘길 듣고 크게 서운했다"고 털어놨다.

생활에서나 직장에서 멸시와 무시도 못지않아 사건 현장을 목격해 증인으로 나서려고 하자 경찰로부터 '조선족은 증거 능력이 없다'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김 소장은 말했다.

중국에서 창춘(長春)대학교를 다닐 때 김 소장은 조선족이 쌀밥을 좋아한다고 해 한족보다 4배나 많은 8근을 배급받았다고 소개하며, "소수민족 포용 정책을 펴는 중국에서는 '소수민족 간부 할당제'를 운영할 정도로 국민 통합에 나선다"고 전했다.

1990년대 말 한국에 와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중국 동포 김 모(66) 씨는 "과거보다 나아지긴 했으나 차별의 시각이 여전하다"며 특히 2017년을 기점으로 중국 동포를 조직의 명칭이 없는 폭력배로, 이들이 사는 지역을 범죄 소굴로 묘사한 영화가 잇따라 개봉한 것을 대표적 차별 사례로 꼽았다.

 

'흑인 피격' 항의하는 뉴욕 시민들
(뉴욕 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지난해 8월25일 미국 뉴욕에서 시민들이 흑인 피격' 당사자인 제이콥 블레이크의 쾌유를 빌고 인종차별을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블레이크는 지난 23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어린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백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으며 이후 인종차별 규탄 시위가 커노샤에서 미국 내 다른 도시로 번지고 있다. sungok@yna.co.kr

 

김 씨는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특히 인구 20만 명에 이르는 곳이라면 범죄 같은 부정적인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중국 동포가 다른 국적 외국인보다 특별히 범죄율이 높은 것도 아닌데 억울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형사정책연구원의 2017년 자료에는 중국 동포의 인구 10만 명당 범죄자 검거 인원 지수는 1천923명으로 전체 조사대상 16개국 가운데 7번째인 평균이었고, 한국인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그는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중국 동포의 억양을 희화화하거나 비하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며 "차별금지법이나 혐오 발언 처벌 등의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가 한국인 남편을 만난 이주 여성 김민경 씨는 "어느 날 버스에서 내 옆에 앉은 여성이 나를 보더니 '너무 깜짝 놀랐다'고 해 내가 몸집이 크지도 않고, 이상한 옷을 입지도 않아 놀랄 이유가 없는데 왜 그랬는지 내가 더 놀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어느 날 시아버지와 함께 간 시장에서 한 상인이 '남편이냐'는 질문을 받고 "물론 외국인과 한국인이 결혼한 커플 중에 남편이 나이가 많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니지 않나"며 불쾌해했다.

그는 "러시아 친구보다 내가 한국말을 더 잘하는데 내게 말을 걸지 않고, 그 친구는 '미국에서 왔니'란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며 "한국인이 서양인을 정말 좋아해 친구가 되고 싶어하지만 동양인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모국인 베트남 친구들을 공공장소에서 만나면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더라도 마스크 탓에 얼굴을 잘 볼 수 없는데도 외국어가 들린다는 이유로 우리를 뚫어지게 쳐다보곤 한다"고 말했다.

tsyang@yna.co.kr/shlamazel@yna.co.kr/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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