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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해외서 길찾은 청년들
[해외서 길찾은 청년들] ② "해외봉사 '평생직업' 할 겁니다"
주민서 방글라데시 개발협력 코디 "재미·보람 느껴…도전은 현재진행형"
"한국은 ODA·개발협력을 봉사로 바라봐…직업으로 인식전환 필요"
2020. 01. 01 by 강성철

[해외서 길찾은 청년들] ② "해외봉사 '평생직업' 할 겁니다"

주민서 방글라데시 개발협력 코디 "재미·보람 느껴…도전은 현재진행형"

"한국은 ODA·개발협력을 봉사로 바라봐…직업으로 인식전환 필요"

 

 

주민서 코이카 방글라데시 국제개발협력 코디네이터
국제개발협력 분야 전문가로 방글라데사 코이카 사무소에서 교육사업 분야 코디네이터로 활약하는 주민서 씨. [주민서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한국에서는 개발도상국을 돕는 개발협력 분야의 업무를 일종의 봉사라며 젊어서 잠깐 하다 그만두는 일로 인식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직업으로 봅니다. 남을 돕는 일을 선한 동기에서 시작하더라도 직업인이 갖고 있어야 할 프로 정신이 뒷받침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코이카의 개발협력 코디네이터로 방글라데시에서 활동하는 주민서(35) 씨는 이 분야에서 해외 경력이 남다르다.

대학 시절 해외 봉사활동 5천시간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사회공헌팀에서 근무했고 이후 영국 런던정경대 대학원에서 개발관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7년부터 케냐 나이로비에 본부를 둔 유엔 환경계획(UNEP)에서 일하다가 2018년 9월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

그는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적성에 맞지 않아 직장을 여러 번 옮겨 다닌 게 아니고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 온 것"이라며 "국제 개발협력 분야에서 보다 많은 경험을 쌓으려고 아직도 도전중"이라고 말했다.

주 씨는 방글라데시 코이카 사무소에서 다자간 협력·국제기구·민관 협력 사업 가운데 교육 관련 프로젝트의 사업관리를 맡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 아프리카 우간다에 1개월간 자원봉사를 갔다가 그 매력에 빠진 그는 휴학 후 2년간 코이카 해외봉사단으로 우즈베키스탄 현지 초등학교에서 한국어 강사를 했다.

당시 방과 후 수업으로 고려인 할머니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고 미술 봉사 단원과 함께 반짇고리·그림 도마 만들기를 가르쳐서 부업을 할 수 있게 했던 일이 무엇보다 보람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불우한 형편의 학생이 할아버지 수술비가 모자라 어려워할 때 동료 봉사단과 함께 십시일반 모아 장학금을 줬던 기억도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그는 "봉사를 하면서 내가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하는 지와 수혜 대상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 지 고민하면서 도움을 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무지나 과잉의욕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 씨는 "스펙 쌓기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재미도 있고 보람도 커서 평생 직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해 지금까지 한 우물을 파고 있다"고 했다.

대학 졸업 때 봉사활동 경력을 인정받아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5년간 아프리카 봉사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고학력 전공자가 많은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영국 유학을 떠났고 거기서 만난 개발협력 전문가들의 추천으로 UNEP에서 근무했다.

그러다가 코이카 케냐사무소장의 권유로 코이카 개발협력코디네이터에 발탁돼 방글라데시로 왔다.

주 씨는 "삼성전자와 UNEP에서는 큰 그림을 보고 전략을 짰고 지금은 프로젝트 시행을 직접 관리하며 수혜자와도 대면해 사업에 반영하고 있다"며 "양쪽 모두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라고 했다.

 

주민서 방글라데시서 개발협력 코디네이터로 활약
코이카 방글라데시 사무소에서 국제개발협력코디네이터로 근무하는 주민서 씨. 홍수 피해지역 주민 면담(사진 좌측)과 코이카 사무소 직원들[주민서 제공]

 

현재 계약직이어서 고용이 불안하지 않느냐는 상투적 질문에 그는 "한시적으로 일하려면 전문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틈틈이 공부하고 관련 분야의 흐름도 꼼꼼히 체크하므로 내가 성장하는 게 느껴져 오히려 좋다"며 "무엇보다 커리어 디자인을 직접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국제기구에서 근무할 때 '주변에서 언제 정직원이 되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이런 기구나 단체 종사자들은 모두 계약직"이라며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 일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며 차별을 두는 우리나라의 고용 문화 때문에 국제기구·국제NGO(비정부기구)에 근무하는 한국인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주 씨는 "같은 분야라도 성격이 다른 기관에서 일해보는 게 경쟁력이 된다"며 "UNEP에 근무할 때 외국인 상사로부터 정부기관인 코이카와 민간기업인 삼성전자를 두루 경험해봤으므로 중간에서 소통하는 역할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격려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 봉사·인턴·취업 등을 고려하는 후배들에게 "스펙을 쌓으려고 해외로 눈을 돌리더라도 그 일이 재미있고 자기 삶에 꼭 필요한 것이 돼야 한다"며 "오로지 정규직 취업에만 목을 매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 거기에 인생을 걸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2020년 9월이면 코디네이터 업무가 종료된다는 그는 "이 분야는 아직도 배울 것이 많기에 더 경험을 쌓고 싶다"며 "국제 NGO나 국제기구에 도전할 수도 있고 직접 사회적기업이나 NGO를 차리는 방안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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