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소리로 떠들고 웃는 것이 평화, 한국서 매일 뼈저리게 느껴"
"큰소리로 떠들고 웃는 것이 평화, 한국서 매일 뼈저리게 느껴"
  • 왕길환
  • 승인 2023.09.26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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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 첫 방한 우크라 학생 베레즈나·자이첸 샤샤의 한국 체험
화랑인터내셔널 초청 8일간 체류…"꿈 꿀순 없어도 만들고 싶어"

"큰소리로 떠들고 웃는 것이 평화, 한국서 매일 뼈저리게 느껴"

전쟁통 첫 방한 우크라 학생 베레즈나·자이첸 샤샤의 한국 체험

화랑인터내셔널 초청 8일간 체류…"꿈 꿀순 없어도 만들고 싶어"

우크라이나에서 온 베레즈나 샤샤(왼쪽)와 자이첸 샤샤.
[촬영 왕길환]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한국에 와서 큰 소리로 떠들고 웃고 하는 것이 평화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매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온 베레즈나 샤샤(17·정수리학교 11학년)와 자이첸 샤샤(21·국립세무종합대 대학원 1학년)의 한국 방문 소감이다.

두 학생은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와서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 알았다"며 "우크라이나에서는 포성이 들릴 때마다 소리에 반응하고 '윽'하고 놀라는 트라우마가 생겼는데, 며칠 동안 큰 소리가 두렵지 않고, 오히려 즐거웠다"고 털어놓았다.

하르키우에 사는 베레즈나와 드니프로에 거주하는 자이첸은 지난 22일 사단법인 화랑인터내셔널(이사장 박윤숙)의 초청으로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이들은 "여전히 포성이 끊이지 않는 전쟁 중이어서 무엇이 되겠다고 꿈을 꿀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그저 평범하게 공부만 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와보니 그래도 꿈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베레즈나와 자이첸은 18일 오전 각자 사는 곳에서 출발해 기차로 각각 11시간, 17시간에 걸쳐 역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만나 폴란드 바르샤바까지 버스로 12시간 이동한 뒤 다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2시간 날아가 대기하다 인천공항행 비행기로 갈아탄 뒤 11시간 만에 방한했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늦어도 24시간이면 올 수 있었지만 자그마치 5일이나 걸렸다.

둘은 23일 서울 서초구 K-호텔에서 열린 화랑인터내셔널 한국 지부 총회에 초청됐고, 이후 남산타워와 강남 일대, 경복궁 등 서울 곳곳을 돌아보며 한국 문화 체험을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둔 화랑인터내셔널은 우크라이나에 3개 지부를 포함해 한국, 몰도바,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필리핀, 프랑스, 독일, 말레이시아 등 15개국에 61개 지부를 두고 있다.

베레즈나는 정수리학교 화랑 지부, 자이첸은 국립세무종합대 화랑 지부에 각각 3년 전 가입해 한국어를 배우고 현지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둘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를 구사했다.

큰 소리로 떠들고 웃는 것이 평화라고 말하는 베레즈나(왼쪽)와 자이첸
[촬영 왕길환]

베레즈나는 "대학에 가려면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야 하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이웃 국가로 유학을 갈 수는 있겠지만 그럴 형편은 못된다"고 아쉬워했다.

두 학생은 "포성은 멈추지 않고 계속 들린다. 파편이 거주지로 튀고, 심지어 아파트까지 날아들기도 한다"며 "매일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한국에서 꿈을 꾸고 힘을 얻기 위해 용기를 내서 왔다고 전했다.

자이첸은 "지금 가장 큰 소망은 전쟁이 빨리 끝나는 것"이라며 "통번역 대학원을 마치고 한국에서 유학한 뒤 우크라이나의 전후 복구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전쟁으로 1년 넘게 공부를 못하다가 4개월 전부터 학과 공부를 시작했다. 대부분 여학생으로 남자 학생들은 참전하지는 않았지만, 전쟁터에서 인도적 지원품을 군부대에 전달하는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일매일 친구들에게 소셜미디어(SNS)로 한국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사진을 공유한다.

사진 수천장을 휴대전화로 찍었다면서 "돌아가면 사진을 보면서 한국의 발전상 등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좋아했다.

"과거 한국도 전쟁을 겪었다는 사실을 책에서 읽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발전했다니 놀라워요. 우리나라도 한국처럼 변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죠. 한국이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자이첸(왼쪽)과 베레즈나를 초청한 박윤숙 화랑인터내셔널 이사장
[촬영 왕길환]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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