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의 자립을 위해 필요한 것은 교육과 일자리"
"난민의 자립을 위해 필요한 것은 교육과 일자리"
  • 이상서
  • 승인 2022.09.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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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으로 피란한 아프간 난민 에자트 울라 아르만·타바섬
"전쟁 피해 왔지만 '대홍수'라는 또 다른 재난 맞닥뜨려"
"모국과 정착국에 보탬 되는 존재 되고 싶어"

"난민의 자립을 위해 필요한 것은 교육과 일자리"

파키스탄으로 피란한 아프간 난민 에자트 울라 아르만·타바섬

"전쟁 피해 왔지만 '대홍수'라는 또 다른 재난 맞닥뜨려"

"모국과 정착국에 보탬 되는 존재 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똑같은 '대홍수'라 할지라도 사회적 최약자층이라 할 수 있는 난민이 겪는 고난의 강도는 더 컸습니다."

재난은 사회적 약자에 더 큰 피해와 고통을 안긴다. 전쟁을 피해 모국을 떠나 인접국인 파키스탄으로 강제 이주한 아프가니스탄 난민 에자트 울라 아르만(23) 씨와 타바섬(25) 씨도 마찬가지다.

파키스탄에서 최악의 몬순 우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은 30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곳에 사는 난민들은 자연 재난 앞에서 또 한 번의 큰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재기를 꿈꾸는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구촌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난민 타바섬
[유엔난민기구 제공]

이들이 사는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는 가장 심각한 홍수 피해 지역이다. 아프간과 이란 국경을 마주한 지역 특성상 난민이 밀집해 사는 이곳에는 7월 한 달 동안 평년보다 3배가 많은 비가 내렸다.

돈(DAWN) 등 파키스탄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6월 중순부터 계절성 몬순 우기가 시작된데다 북부 지역의 빙하도 녹으면서 대형 홍수가 발생, 국가적 재앙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고 가옥 174만 채 이상이 부서졌으며, 66만 명이 임시 구호 시설에 머무는 등 인구의 약 15%가 수해를 입은 것으로 파키스탄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타바썸 씨는 "대부분 가옥이 전통적인 방식인 진흙으로 지은 탓에 장마에 취약했다"며 "재건할 비용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식자재를 비롯한 생활 물가가 폭등한 탓에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여기에 홍수가 길어지면서 대부분 일용직에 종사하는 난민들이 일감을구하기가 힘들어졌다"고 호소했다.

아르만 씨도 "집 담장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지만 수리할 비용이 없어서 온 가족이 나서서 고치고 있다"며 "다가올 겨울에 대비할 담요나 텐트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파키스탄에 정착한 난민 130만여 명 가운데 99%인 129만여 명이 아프간에서 온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국외로 피란하는 아프간 난민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난민 에자트 울라 아르만
[유엔난민기구 제공]

아르만 씨는 "최근 1년 새 모국에 남은 가족과 친구 대부분이 직장을 잃고 생활고를 겪고 있다"며 "특히 여성의 경우 일자리를 구하기도, 교육을 받기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타바섬 씨도 "탈레반 정권은 여자아이들의 등교는 물론이고, 남성의 동행 없이는 집을 나서는 것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어린이에게 배움의 길을 차단한 국가에 희망이 있다고 말할 수가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난민의 자립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교육'과 '일자리'를 꼽았다.

의사라는 꿈을 위해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대학교에서 의학을 전공하는 타바섬 씨는 "모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모든 아이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고 스스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젠가 의사로 귀향해 모국의 재건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며 "그것이어렵다면 파키스탄에 남아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타바섬 씨와 같은 대학교에서 과학을 전공하는 아르만 씨도 "교육을 받은 젊은 난민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능력을 갖추게 된다"며 "이를 통해 재정적으로 자립할 힘을 키울 수 있다"고 거들었다.

이들은 모국뿐만 아니라 정착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난민은 단순히 도움을 바라는 존재로 여기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아르만 씨는 "파키스탄과 조국 모두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며 "특히 더욱 보살핌이 필요한 여자아이들에게 지금까지 내가 받아온 것을 돌려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타바섬 씨도 "의사 학위를 취득하고 나면 모든 인류를 위해 일하고 싶다"며 "내가 체감한 교육의 진정한 가치를 타인에게도 전파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홍수로 폐허가 된 파키스탄의 한 난민촌
[유엔난민기구 제공]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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