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어린이들, 학교·사회에 안착하는 데 도움되고 싶어요"
"다문화 어린이들, 학교·사회에 안착하는 데 도움되고 싶어요"
  • 이상서
  • 승인 2022.08.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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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클로버재단 다문화가족 촬영 행사 봉사자 신재윤-최민성
"타인 아픔에 공감하고 먼저 손을 내미는 다문화 어린이 되길"

"다문화 어린이들, 학교·사회에 안착하는 데 도움되고 싶어요"

인클로버재단 다문화가족 촬영 행사 봉사자 신재윤-최민성

"타인 아픔에 공감하고 먼저 손을 내미는 다문화 어린이 되길"

(울릉도=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카메라 너머에서 만난 다문화 아이들 가운데 의기소침한 이들이 많았어요. 어린 시절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스물세 살 동갑내기인 신재윤 씨와 최민성 씨는 사회복지법인 인클로버재단이 국내 다문화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진 교육' 1회 수료생이다.

교육을 마친 후 이들은 재단의 '다문화가족 사진 촬영 행사' 자원봉사자로 5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인클로버재단 다문화가족 촬영 행사 봉사자 신재윤-최민성
인클로버재단 다문화가족 촬영 행사 봉사자로 5년여째 이어가고 있는 다문화 청소년 신재윤-최민성 군(왼쪽부터) [촬영 이상서]

11일 '다문화가족 사진 촬영 행사'가 열린 울릉도가족센터에서 만난 이들은 "그동안 받았던 것을 돌려주고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며 "다문화 어린이들이 학교나 사회에 안착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가 중국 출신인 최 씨는 중학교 시절만 하더라도 자신이 다문화가족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었다. 학교 친구들이 최씨의 집안 배경을 두고 놀렸고, 다툼도 종종 일어났다.

그는 "당시만 하더라도 부모님이 원망스럽고 미웠다"며 "사진 촬영 현장에서 만난 어린이들에게 종종 그때의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고 했다.

"웃지도 않고, 일부러 삐딱한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어릴 때 저도 부모님께 종종 반항한 적이 있다 보니까 왜 그런지 단번에 이해가 되더라고요. '저 아이도 나와 비슷한 상처가 있구나'하고요."

그는 "삐딱하게 찍은 아이는 보정작업을 통해 올바른 자세로 고쳐서 현상해 주기도 했다"고 웃었다.

그러자 신 씨가 촬영 현장에서 훈훈한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고 얼른 덧붙였다.

그는 "모국의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올 정도로 자신의 배경에 자부심을 가진 다문화가족도 있다"며 "처음에는 마지못해 왔다가 가족 모두가 웃으면서 촬영장을 떠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감사하다는 인사는 들을 때마다 기분 좋다"며 "받는 것도 좋지만, 주는 것도 그만큼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5년 넘게 자원봉사 활동을 이어오면서 만난 전국의 다문화가족은 2천 가구가 훌쩍 넘는다. 재단이 2010년부터 촬영한 6천여 가구 중 3분의 1을 책임진 셈이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카메라 앞에 선 다문화가족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최 씨는 "최근 들어 표정이 밝은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가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서 인식도 함께 개선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 다문화가족이 평범한 존재로 인식돼 과거의 내가 겪었던 차별은 없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다문화가정 어린이가 자부심을 품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며 "이중언어를 쓸 수 있고, 양국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있는 것 등은 글로벌 시대에 정말 큰 자산 아니냐"고 힘줘 말했다.

인클로버재단 다문화가족 촬영 행사 봉사자 신재윤-최민성
인클로버재단 다문화가족 촬영 행사 봉사자로 5년여째 이어가고 있는 다문화 청소년 신재윤-최민성 군(왼쪽부터)[촬영 이상서]

이들이 다문화가정 어린이에게 당부하는 한 가지는 "혼자서 끙끙 앓지 말라는 것"이다.

"내 발음이나 말투가 다른 학생과 다르다는 사실을 들킬까 두려워 입을 다무는 아이들이 있어요. 문제가 있어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고요. 저희도 그랬거든요."

최 씨는 "혼자 고민하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선생님이든, 부모님이든, 친구든 꼭 문제를 공유하고 도움을 청하라"고 조언했다.

신 씨는 "사소한 말 한마디가 큰 상처가 되지만, 작은 위로 하나로 치유가 되기도 한다"며 "아픔에 공감하고 먼저 손을 내미는 다문화 어린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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