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수사에 필수인 민간 통역인…푸대접에 이탈 현상
외국인 수사에 필수인 민간 통역인…푸대접에 이탈 현상
  • 윤우성
  • 승인 2022.06.20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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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 등 수사에 투입…낮은 처우에 무시까지

외국인 수사에 필수인 민간 통역인…푸대접에 이탈 현상

결혼이주여성 등 수사에 투입…낮은 처우에 무시까지

경찰청 본청
[연합뉴스TV 캡처]

(서울=연합뉴스) 윤우성 기자 = "몇몇 경찰관은 제가 통역을 가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거나 무시해요. 피의자들에게 '외국인들은 무조건 거짓말을 한다'며 무서운 분위기를 만들거나 화내고 욕도 하는데 그때마다 제가 괜히 미안해져요."

"피의자 앞에서 제 주소나 휴대전화 번호를 확인하는 경찰관들이 있는데 걱정됩니다. 나중에 찾아와 보복할 수도 있는데…."

20일 최섭민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 경위와 정지수 경찰대 부교수의 '경찰통역인의 직무소진에 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민간 경찰통역인 상당수가 여러 유형의 직무 스트레스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통역인은 국내 체류 외국인이 범죄 피해를 보거나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을 때 투입된다. 경찰 구성원 중 외국어 우수자나 외국어 전문 요원을 선발하기도 하고, 결혼이주여성 등 민간인을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수사 과정에는 편파 수사 방지 등을 위해 경찰 대신 민간인 통역요원을 투입한다.

문제는 이들 민간 통역인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거나 업무에서 보람을 느끼지 못해 통역을 거부·회피하거나 타 기관으로 이탈한다는 점이다.

한 통역인은 연구진과의 면담에서 "필요할 때는 '좀 도와주세요' 하며 부탁하는데 그때뿐"이라며 "사비를 털어 차 타고 멀리까지 가서 통역해줬는데, 일이 끝나니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알아서 집에 가라고 하더라"라고 푸념했다.

다른 통역인도 "새벽이나 주말, 또는 장거리 통역을 해도 통역비는 늘 적게 책정되고, 그마저 제때 지급 안 되거나 누락되기 일쑤"라고 호소했다.

민간 통역인들은 이 밖에 ▲ 보호 장치 부재 ▲ 경찰관들의 모욕적 언행에서 오는 실망 ▲ 능력 평가 기관과 경력 인증시스템 부재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들로 인해 통역인 이탈 현상이 가속화하면 결국 수사 지연이나 피의자 검거 실패 등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고 지적했다. 이를 막기 위해 민간 통역인에 대한 적절한 지원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들이 통역에 참여하는 것은 대한민국에 살면서 본인이 가진 능력을 국가나 자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봉사의 의미가 큰데, 보호장치 없이 책임을 지우거나 경찰관들이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면 직무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이어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외국인 및 경찰통역인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 문화감수성 제고를 위한 교육이 도입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민간 통역인들이 경찰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자격증이나 인증서를 발급하고, 경력에 따른 통역비를 차등 지급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5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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