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미술교과서속 '화선지→한지'로…반크, 시정운동 전개
초등 미술교과서속 '화선지→한지'로…반크, 시정운동 전개
  • 왕길환
  • 승인 2022.05.0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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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선주지역 생산 종이인 '화선지'로 표기하는 것은 잘못"

초등 미술교과서속 '화선지→한지'로…반크, 시정운동 전개

"中 선주지역 생산 종이인 '화선지'로 표기하는 것은 잘못"

여러 출판사가 발행한 초등학교 미술 교과서 표지
[반크 제공]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이 보는 주요 미술 교과서 속에 나오는 '화선지'(畵宣紙) 용어를 '한지'(韓紙)로 바꿔나가는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4일 밝혔다.

반크가 지학사, 천재교과서, 천재교육, 비상교육, 금성출판사, 미술과생활 등 6개 출판사가 발행하는 미술 교과서 12권을 최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서예와 수묵화의 준비물에 '한지' 대신 '화선지'로 표기했고, 일부는 두 개를 혼용했다.

지학사 발행 '미술 4'에서는 '붓으로 쓰는 글씨' 단원에서 화선지를 준비하라고 했고, '미술 6'에서는 '멋스러운 우리 글씨' 단원에서 앞서 '화선지'로 표기한 종이를 준비물 목록에서는 '한지'라고 표기해 화선지와 한지를 동일시했다.

천재교과서 출간 '미술 3'의 '먹 향기를 담은 수묵화'와 '먹 향기를 담은 글자'에서는 수묵화와 서예의 준비물을 '화선지'로 표기하면서, 이 종이는 얇고 먹물이 잘 스며들어 번짐의 효과가 좋다고 언급했다. 이후 준비물 목록에서는 두 개를 구별하지 않고 혼용했다.

비상교육과 천재교육, 금성출판사 간행 교과서에서도 '화선지'를 표기했다.

화선지의 어원은 '화심'(畵心)이라는 종류의 '선지'(宣紙)로, 중국의 선주 지역에서 생산된 서화용 종이를 말한다. 중국 정부는 2009년 선지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며 중국 전통 종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이 처음 미술 용어를 접할 때부터 우리 고유의 전통한지를 중국의 화선지로 잘못 인식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무엇보다 큰 문제"라며 "조속한 시일 내 미술 교과서 속 화선지를 한지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지살리기재단에 따르면 한지는 한국의 역사 속에서 책이나 서예뿐만 아니라 인형, 옷, 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던 우리나라의 종이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16개 기록유산 중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등 13개가 한지에 기록돼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한지는 현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지 못한 상태다. 재단은 2026년 등재를 목표로 한지를 생산했던 경북 안동과 문경 전주시 등을 돌며 학술 포럼을 여는 등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박 단장은 "초등학생용 미술 교과서에서는 수묵 담채와 서예를 우리나라의 전통미술이라고 소개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지가 아닌 화선지를 사용했다고 가르치면 우리의 오랜 전통문화의 독창성과 창조성이 가려지고, 중국 문화의 종속 문화로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크는 우선 화선지로 표기한 출판사를 대상으로 시정을 요구하고, 시정 운동을 전반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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