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춘향전' 같은 韓고전 주인공 맡지 말란 법 없죠"
"외국인이 '춘향전' 같은 韓고전 주인공 맡지 말란 법 없죠"
  • 이상서
  • 승인 2022.03.28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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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 각색해 연극 무대 올린 독일인 배우 윤안나
"사랑·욕망·갈등 등 여러 감정 담은 춘향전, 서양인도 충분히 공감"

"외국인이 '춘향전' 같은 韓고전 주인공 맡지 말란 법 없죠"

춘향전 각색해 연극 무대 올린 독일인 배우 윤안나

"사랑·욕망·갈등 등 여러 감정 담은 춘향전, 서양인도 충분히 공감"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한국인 배우도 서양의 고전인 윌리엄 셰익스피어나 안톤 체호프 작품을 바탕으로 한 연극 무대에 오르잖아요. 외국인도 한국 연극 작품에 출연하지 말란 법이 없죠."

최근 춘향전을 각색한 연극인 '안나전: Hallo 춘향'의 연출과 주연을 맡은 독일인 배우 윤안나(본명: 안나 엘리자베트 릴만·30) 씨는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극의 부제를 '외국인이 춘향전을 연기한다면?'으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한국인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한국에 사는 외국인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격려를 담은 셈"이라고 말했다.

춘향전을 각색한 연극인 '안나전: Hallo 춘향'의 연출과 주연을 맡은 독일인 배우 윤안나(본명: 안나 엘리자베트 릴만·Anna Elisabeth Rihlmann). [권애진 사진작가 제공]

'안나전'은 주인공인 춘향 역을 맡은 윤 씨가 한국에서 살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춘향전에 빗대어 묘사한 작품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인도 출신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가 방자 역을 맡아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2017년 '한국의 테레사'라고 불리는 독일계 미국인 선교사 서서평의 일생을 그린 영화인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를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이름을 알린 윤 씨지만, 연출가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씨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대본을 쓰고 연출하는 일이 처음이다 보니 쉽진 않았다"면서 "함께 무대에 오른 배우와 박예슬 공동연출가 등의 도움으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춘향전을 각색한 이유를 묻자 그는 "재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고전 작품만의 매력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고전에는 특정 문화나 시대를 넘어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며 "사랑이나 욕망, 갈등 등 여러 감정을 담은 춘향전도 서양인이 충분히 이해하고 흥미로워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춘향전이 한국의 색채를 가득 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방인은 아예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강조했다.

춘향전을 각색한 연극인 '안나전: Hallo 춘향'의 연출과 주연을 맡은 독일인 배우 윤안나(본명: 안나 엘리자베트 릴만·Anna Elisabeth Rihlmann). 맨 왼쪽은 방자 역을 맡은 아누팜 트리파티. [권애진 사진작가 제공]

외국인이라는 한계를 딛고 이번 작품을 올릴 수 있던 데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인 '아누팜 트리파티'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한국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제한됐다는 우리 현실을 극복해 보자'는 저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해줬어요. '오징어 게임'으로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이번 연극에도 참여해줄 정도로 좋은 동료입니다."

독일 남서부 지역의 소도시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본 아리랑TV를 통해 한국 문화에 관심을 두게 됐다.

모국의 한 대학교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면서 교환학생 과정으로 한국을 몇 차례 오갔다.

2014년 11월 한국 연극 무대에 데뷔했고, 이듬해에는 한예종 연기과에 입학했다.

최근에는 '외국인 배우의 효율적인 연기 접근방법 연구'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나처럼 한국에서 오랫동안 활발하게 활동하길 희망하는 이주예술인은 점점 늘고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체류 불안정과 생계유지의 어려움 등에 놓였다"며 "이들이 계속 꿈꿀 수 있도록 상황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안나전'이 다른 이주 예술인에게 많은 영감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한국에 살면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춘향전을 각색한 연극인 '안나전: Hallo 춘향'의 연출과 주연을 맡은 독일인 배우 윤안나(본명: 안나 엘리자베트 릴만·Anna Elisabeth Rihlmann). 왼쪽은 방자 역을 맡은 아누팜 트리파티. [윤안나 제공]

춘향전을 각색한 연극인 '안나전: Hallo 춘향'의 연출과 주연을 맡은 독일인 배우 윤안나(본명: 안나 엘리자베트 릴만·Anna Elisabeth Rihlmann).[권애진 사진작가 제공]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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