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꽃 경매장에 국산 다래넝쿨·찔래 첫 납품해요"
"세계 최대 꽃 경매장에 국산 다래넝쿨·찔래 첫 납품해요"
  • 왕길환
  • 승인 2020.10.2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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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납품권 따낸 루마니아 김인숙 로열플로라코리아 회장, 3년 준비끝 결실
연말까지 최소 400억원어치 수출…한국 화훼농가도 직거래 길 열려

"세계 최대 꽃 경매장에 국산 다래넝쿨·찔래 첫 납품해요"

한국산 납품권 따낸 루마니아 김인숙 로열플로라코리아 회장, 3년 준비끝 결실

연말까지 최소 400억원어치 수출…한국 화훼농가도 직거래 길 열려

 

 

김인숙 로열플로라코리아 회장
[본인 제공]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네덜란드의 '알스미어 로열 플로라 홀란드 경매장'(알스미어 경매장). 2008년 알스미어와 플로라 홀란드가 합병했고, 현재 6개 지역에서 6개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최대 상업 건물로 기네스북에 오른 알스미어 경매장은 세계 제1의 화훼 도매시장이다.

1일 평균 2천500만∼3천만개가 유통되고, 추수 감사절이나 성탄절 등이 있는 특별한 날에는 1억5천만개의 꽃이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꽃의 70% 정도라고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선인장 등 화훼를 수출할 때 이 경매장에 비용을 지불하고 네덜란드 업체의 이름을 빌려 사용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당당히 'Republic of Korea'(대한민국)의 이름을 달고 우리 꽃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루마니아 동포 김인숙(62) 로열플로라코리아(RFK) 회장의 노력 덕분이다. 그는 알스미어 경매장으로부터 3년전 납품권('K Insook 인숙 96178')을 취득한 후 시험 경매 등을 거치는 등 여러 준비 끝에 마침내 다음 주 첫 선적을 한다.

 

알스미어 경매장의 한국과 중동 담당자로부터 계약서를 받고 있다
[본인 제공]

 

김 회장은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 11월 3일 납품권을 땄고, 이듬해 3월 우리나라 '공조팝나무'를 시험으로 경매에 등록(아이템 코드 등록)했다"며 "다음 주 다래 넝쿨과 찔래, 노랑혹가지, 황칠가지를 비행기에 실어 이 경매장에 처음으로 보낸다"고 밝혔다.

김 회장이 고국에서 선택한 아이템은 한국에서는 골칫거리지만 꽃시장에서는 귀한 소재다. 앞으로 칡넝쿨, 밤송이 등도 유통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경매장에는 거의 없는, 외국에서는 귀하기 어려운 소재를 찾아 수출할 것"이라며 "지금 연말까지 수출 물량은 꽉 찼고, 그 금액은 최소 3천만 유로(401억원 정도)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세계 유통 기준에 맞춰 포장과 품질을 확인하면서 시범 수출을 진행했어요. 규격에 맞는 화훼 품질도 향상했고요. 내년부터는 공격적으로 수출할 것입니다."

그는 한국 차세대 화훼시장의 통로를 세계적으로 확장하고 개척하기 위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꼭 필요한 농가에 수출 품목과 관련한 지원이 이뤄지고, 특히 국내 골칫덩어리인 칡·다래넝쿨, 밤송이 등을 수출품목으로 개발하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회장은 이 소재를 그대로 수출하는 동시에 국내에서 플라워 데코레이션(공예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이 경매장에서 공예품도 유통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칡넝쿨은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 고사시킵니다. 제거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부가 이를 수출하고 공예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내놓는 사업을 정책적으로 돕는다면 더 높은 부가가치와 함께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는 "내년 말까지 한국산 화훼 1억달러(1천136억원 정도)어치를 유통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 주 알스미어 경매장에 보낼 노랑혹가지, 다래넝쿨, 찔래, 황칠나무(왼쪽부터)
[김인숙 회장 제공]

 

김 회장이 이번에 알스미어 경매장을 뚫은 것은 우리나라 화훼업계에도 희소식일 수 있다. 네덜란드 업체 이름을 빌리지 않고, RFK를 활용해 진출할 수 있기에 비용 절감과 함께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화훼 농가에서 고생해 선인장을 키웠지만, 네덜란드 업체와 경매장 등에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손에 쥐는 수익은 얼마안됐어요. 이제 저희가 국내에서 상품을 직접 수매해 경매장으로 보낼 수 있게 돼 화훼농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김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화훼전문가이자 수준급 플로리스트다. 1991년부터 남편과 함께 루마니아에 정착해 삼성 에이전트 역할을 하다가 화훼·종자 관련 수출 무역업체인 '오르히디아 디자인'(OHD)을 창업했다.

그는 이집트에서 힐튼 호텔 등 5개 최고급 호텔의 화분 장식을 독점하고 있고, 경북대 농업아카데미의 지원으로 루마니아에 처음으로 고구마를 재배해 성공하기도 했다. 현지 주식은 감자인데, 고구마를 식탁에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2016년 고양 국제 꽃 박람회에 플라워아티스트로 초청돼 박람회장 '화훼 문화 교류관' 내의 예술작품 전시관을 상록성 양란 '반다'로 장식하기도 했다.

또 경기도 용인시가 루마니아 피테슈티시에 있는 종자연구소와 과수육종 산업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양해각서 체결(MOU)을 주선했다.

강원도 동해시 출신인 그는 세계한민족여성재단(KOWINNER)의 '유럽의 대표 여성한인경제인'으로 뽑혔다.

 

알스미어 경매장 내 108년 만에 태극기가 처음 걸렸다
[본인 제공]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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