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석원 재외한인학회장 "사회갈등 조정할 통합기구 설치해야"
[인터뷰] 송석원 재외한인학회장 "사회갈등 조정할 통합기구 설치해야"
  • 이희용
  • 승인 2020.01.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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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국에 따른 동포 차별은 사대주의 발로"…2년 임기 학회장에 1일 취임
"동포 차세대·노년에 관심 쏟겠다"…"혈통 대신 국적 중심으로 변화"

[인터뷰] 송석원 재외한인학회장 "사회갈등 조정할 통합기구 설치해야"

"거주국에 따른 동포 차별은 사대주의 발로"…2년 임기 학회장에 1일 취임

"동포 차세대·노년에 관심 쏟겠다"…"혈통 대신 국적 중심으로 변화"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지난 1일 임기 2년의 재외한인학회장에 취임한 송석원 경희대 교수.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지금 우리 사회의 갈등 요인은 이주민 문제만이 아닙니다. 이념, 지역, 세대 간 갈등도 큽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통합이 절실한 만큼 여러 분야의 소통을 촉진하고 갈등을 조정할 사회통합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단법인 재외한인학회 회장으로 올해 2년의 임기를 시작한 송석원(56)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취임 소감과 계획을 털어놓았다.

사단법인 재외한인학회는 지난해 11월 정기총회를 열어 편집위원장과 부회장을 지낸 송 교수를 신임 학회장으로 추대한 바 있다.

고 이광규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가 1988년 창립한 재외한인학회는 2013년 외교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했다. 국내외 회원 200여 명이 디아스포라(離散)와 다문화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봄가을 정기 학술대회와 세미나 개최, 학술지 '재외한인 연구' 발간, 우수 학술논문 시상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편집위원회를 활성화하고 2018년 한국연구재단 등재 후보로 선정된 '재외한인 연구'를 임기 안에 등재 학술지로 만들겠습니다. 기획위원회를 신설해 조직을 직무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했습니다. 이민 관련 국내 학회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살려 학문 발전과 사회통합에 기여하도록 힘쓰겠습니다. 앞으로는 재외동포 차세대 연구와 고령화 시대에 따른 재외공포의 노후 대책 마련에 학계가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봅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송석원 재외한인학회장이 경희대 연구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송 교수는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났으나 우리나라 근대 이민사와 다문화 역사의 출발점인 인천에서 초중고를 다녔다. 경희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일본 교토대로 유학해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2003년부터 경희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국 일본의 문화권력', '근대 동아시아의 아포리아', '한국의 다문화 공생사회와 송출국 문화의 변형적 수용' 등과 논문 '갈등과 적응의 진자(振子)운동 : 올드 커머 재일한인과 일본 사회' 등이 있다.

"내 전공은 일본 정치사상입니다. 일본의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역사에 매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일동포, 재일 중국인, 일본계 외국인(日系人) 등의 존재에 관심을 품게 됐죠. 일본에 10년 남짓 체류하는 동안 재일동포를 만난 경험과 내 자신이 소수자이자 이방인으로 겪은 체험도 나를 재외한인 연구로 이끌었습니다."

그는 최근 사이버공간 등에서 부정적으로 표출되는 재외동포 인식을 우려했다.

송 교수는 "일부 사회지도층의 원정 출산이나 유명인의 병역 면탈 사례가 대중매체에 크게 보도돼 국민에게 상처를 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풀이한 뒤 "대부분 재외동포는 성실하게 납세·병역 등 국민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으며, 재외동포가 우리나라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주국에 따라 재외동포를 차별하는 이중적 인식도 꼬집었다. 미국이나 유럽에 사는 동포를 올려다보고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지의 동포를 낮춰보는 태도는 문화적 사대주의의 발로라는 것이다. 더욱이 재일동포에게는 친일파라는 낙인을 찍어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독립과 해방의 의미는 식민지 시대 이전으로 회복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냉전과 경제적 여건 탓에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타국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동포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 역사적 배경을 따져보지도 않고 조국을 등졌다고 깎아내리거나 우리와는 전혀 다른 외국인으로 대하는 것은 잘못이죠"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송석원 재외한인학회장이 취임 소감과 포부를 밝히고 있다.

 

송 교수는 모국으로 귀환한 중국 국적 동포(조선족)와 러시아를 비롯한 CIS(독립국가연합) 동포(고려인)에 게도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재외한인학회는 재외동포재단과 함께 '찾아가는 간담회'를 개최해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지역 간 연대와 소통을 도울 방침이다.

"이주민과 다문화 인식도 걱정스럽습니다. 우리의 자녀가 재외동포가 될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질 겁니다. 재외동포는 거주국에서 소수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죠. 국내 이주민을 차별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욕보이는 것일뿐더러 내 자녀가 거주국에서 당하는 차별에 항의할 근거를 없애는 셈입니다. 혈통 민족주의가 약화하고 국적 중심으로 바뀌는 추세는 어쩔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도 문화적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는 2018년 제주도 예멘인 난민 논란을 예로 들며 "낯선 사람이나 잘 모르는 집단에 경계심과 거부감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다른 문화를 접하려면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먼저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송 교수의 바람과는 달리 세계 각국에서는 글로벌시대에 역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독일과 프랑스의 반난민 시위, 중국과 러시아의 패권주의 경향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에서 최근 일고 있는 우경화 바람과 혐한(嫌韓) 시위는 냉전이 붕괴하면서 은폐됐던 제국 시대의 욕망이 다시 꿈틀거리는 겁니다.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아베 총리가 바뀐다고 해서 분위기가 쉽게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재외동포의 어려움도 한동안 지속하겠죠. 원론적인 말처럼 들리겠지만 일본 시민사회와 협력해 변화를 촉구하는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송석원 재외한인학회장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유학 시절 소수자로 살던 경험을 털어놓고 있다.

 

부처별로 나뉜 재외동포와 이주민 정책을 통합해 동포청이나 이민청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관련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해당사자의 요구에 따라 별도의 기관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재외한인학회는 회원들의 전공이 다양해 학제 간 통섭 연구에 장점이 있는 반면 회원들의 충성도가 약하고 상호 교류가 적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누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어떤 연구를 하려고 하는지 신속하게 공유해 장점을 최대한 살릴 생각입니다. 재외동포는 학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이 시대의 중요한 연구 과제입니다"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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