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들었을 법한 그 얘기…'도시전설의 모든 것'
한 번쯤은 들었을 법한 그 얘기…'도시전설의 모든 것'
  • 송광호
  • 승인 2024.05.10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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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이야기 모아놓은 미국의 민담집

한 번쯤은 들었을 법한 그 얘기…'도시전설의 모든 것'

도시 이야기 모아놓은 미국의 민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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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레미콘 기사는 지나가다 자기 집 앞에 주차된 캐딜락을 보았다. 창문을 통해 집 내부를 들여다보니 아내가 낯선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한 그는 캐딜락에 시멘트를 쏟아부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울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을 보자 울먹이며 말했다. 그날 오전, 남편 생일 선물로 주려고 구입한 신차를 딜러가 가져왔는데 누군가가 시멘트를 쏟았다고. 아내는 남편이 꿈꾸던 그 차를 사주려고 몇 년 동안 절약하고 저축했던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을 법한 얘기다. 아내의 바람을 의심하는 대목에선 '처용가'가, 남편에게 어울리는 선물을 하기 위해 소중한 걸 포기했다는 대목에선 오 헨리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이 떠오른다.

미국의 민속학자 얀 해럴드 브룬반드가 쓴 '도시전설의 모든 것'은 미국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도시 민담'을 모아 놓은 책이다.

저자는 수십 년에 걸쳐 온갖 입소문부터 개인적인 기록, 편지, 신문, 칼럼, 문학, 연구서나 논문, 대중용 선집, 라디오, TV 방송, 인터넷 사이트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모은 다음 270편을 선정해 주제별로 정리했다.

황당하고, 우스우며 때론 섬뜩하고 기괴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변기에 앉았더니 폭발 사고가 나고, 방귀를 뀌다가 여러 사람 앞에서 망신당하고, 베이비시터를 고용했더니 하필 마약에 취해 극단적인 사건을 저지르며….

1천쪽이 넘는 이른바 '벽돌책'이지만 흥미로운 민담이 많아 술술 읽힌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토니 모리슨, 이언 매큐언, 트루먼 커포티 등 거장 작가들도 도시 전설의 여러 이야기를 자기 작품에 활용했다고 한다.

위즈덤하우스. 박중서 옮김. 1천16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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