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럽 전역 사보타주 계획…각국 안보당국 긴장"

유럽 정보당국 경고…"과거보다 공격적·조직적 모의"

영국·스웨덴·에스토니아 등 최근 사건·사고 배후 의심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유럽 정보기관들이 러시아가 유럽 전역에서 사보타주(파괴 공작)를 계획하고 있다고 자국 정부에 경고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 정보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직접 또는 대리인을 통한 은밀한 폭격과 방화, 기반 시설 파괴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요원들은 이런 작전의 오랜 역사가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산발적인 공격을 했지만 유럽 3개국의 정보 평가를 보면 더욱 공격적이고 조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이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 정보기관인 헌법수호청(BfV)의 토마스 할덴방 청장은 지난달 BfV 주최 안보 회의에서 "국가가 통제하는 사보타주 행위의 위험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평가한다"며 "러시아가 유럽 영토에서 피해 가능성이 큰 작전의 수행을 수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독일계 러시아인 2명이 러시아를 대신해 독일의 군사 및 병참 시설에 대한 공격을 모의한 혐의로 독일 검찰에 체포된 지 며칠 만에 나왔다.

지난달 말 영국에서는 두 남성이 우크라이나로 보낼 구호품이 보관된 창고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영국 검찰은 이들이 러시아 정부를 위해 이같은 방화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 스웨덴과 체코에서 발생한 철도 탈선 사고나 철도 신호 시스템 파괴 시도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에스토니아 국내보안국(ISS)은 지난 2월 자국 내무부 장관 차량과 언론인 차량이 공격받았는데 러시아 정보 요원들이 자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국방부는 올해 군사 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사보타주 가능성을 경고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키어 자일스 선임 자문연구원은 "분명한 결론은 러시아의 활동이 실제로 강화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지난 2일 나토 회원국 영토에서 이뤄지는 러시아의 악의적 활동에 깊이 우려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유럽 지역에서 러시아 정보기관의 공격 증가는 무너진 현지 첩보망을 재건하려는 노력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외교관 신분 등으로 위장해 활동하던 러시아 정보 요원 600명 이상이 추방됐다.

이후 러시아 정보기관이 종종 대리인을 활용하는데 이 중에는 유럽에 있는 자국 교민은 물론 러시아와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범죄조직도 있다고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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